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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정맥 & 지맥

♤낙동18(당고개->와항재), '23.11.24 ~ 25

 

 
 
○ 당고개~단석산삼거리~OK그린연수원~700봉~삼강봉~백운산~고헌산~외항재(27km/10시간)
○ 야생화 등 : 쑥부쟁이군 약간
○ 특이사항 : 

지난 10월 구간(배내고개-솥발산공원)을 걸은 지 다시 1달 만에 영남알프스 일부 구간을 포함한 30km여 대장정에 오른다. 영하 7-8도의 강추위가 엄습했고 주중에  다소 풀리는 듯하더니 오늘 또 추워진다고.  아이젠, 벙어리 장갑등 중무장을 한다. 내일 새벽엔 바람까지 가세해 체감온도를 다시 영하 7-8도로 끌어내린다고 하니 핫팩까지 주섬주섬 챙겨 집을 나선다. 
 
사당역 내에서 대장을 만나고 지나가는 산꾼들과도 목례를 나눈다. '저 여산우는  매번 종주를 같이 하지 못하지만 홀로 알아서 상경한다고 하면서 대단한 분이라고 소개도 한다. 탈출할 지점과 연계되는 교통편 등을 사전에 충분히 숙지하는 치밀한 준비를 한다는 얘기...미쳐야 미칠 수 있다 ( 不狂不及
 
11.25 토요일 03:30 당고개 들머리에 도착
바람이 잔잔한 것이 초겨울의 추위는 어디에도 없다. 

 
 

 
2.6km 오르막을 치고 오르니 단석산과 OK그린연수원 갈림길에 이른다. 여느 때와 같이 인증SHOT 대기줄로 정체.. 그 사이를 뚫고 보부도 당당하게 오른쪽으로 걷는다. 전방 50M 거리, 비슷한 결단을 내린 2명이  앞서가고 있다.
 

 
30여분 걸으니 저 아래에서 랜턴불이 움직인다. 칠흙같이 어두운 밤이라 길을 찾기 어려운 상황에서 가만이 기다린다. 아는 분, ㄷㅁ님...항상 볼 때마다 점잖은, 품위 있는 분이라는 느낌을 받는다.  '품위는 자존감에서 나온다'라는 비슷한 의미의 대사가 떠오른다. 영화, 헤어질 결심에서
 

 
[OK그린연수원]
일행이 랜턴을 비춰주셔서 이 정도라도 찍을 수 있었습니다. 사위가 너무 어두워 트랭글의 삑사리 소리를 여러번 들으면서 장님이 코끼리 코를 더듬듯이 '화랑의 언덕' 방향으로 걸어갑니다. 뒤에서 2~3명의 일행이 다가오더니 약간 거리를 두고 휭~하고 스쳐 지나갑니다. 단석산을 갔다 온 길이니, 우리보다 20~30분 빠른 분들입니다. 너무 어두워 바로 옆이 아니면 알아보기도 힘듭니다.
 
정맥 리본이 잔뜩 붙어 있는 곳에서 산을 넘지 말고 왼쪽으로 가야하는데..
왔다리 갔다리(일본식 표현이라고 함) 하는 동안 10여명 정도되는 또 다른 일행을 만납니다. 같이 여기저기 알바를 하고 정맥길을 간신히 찾아 줄지어 걷습니다. 들머리에서 고요하던 바람이 언제부터인가 6-7M/SEC불어댑니다.풍속계를 가지고 다니는 것이 아니라 기상청 예보를 믿는 것인데... 체감으로는 10M이상으로 느껴지고 볼때기가 시려서 버프를 코까지 당기고 앞섶도 여밉니다.
 
07:30 여기 저기서 밥 먹고 갑시다~~ 왼쪽에  콘테이너 하우스 2채 중 골라 좌정해도 바닥이 꺼질 것 같지 않은 곳으로 들어갑니다. 떡사발면에 온수를 붓고 레시피대로 3분을 기다렸지만 1/3 정도만 익은 듯합니다. 그래도 따뜻한 국물을 마실 수 있어 다행입니다. 일행에게도 나눠주고...쪼그리고 앉아서 밥을 먹어선지 갑자기 허벅지에 쥐가 납니다. 20년이 넘는 산행력중에 이런 경험은 처음입니다. 다른 사람들이 다리에 쥐가 나서 마사지, 침, 파스 치료등을 받는 것을 보기만 했지 제가 이럴 줄은 몰랐습니다. 생각해보니 발목 접찔려 5-6개월 운동을 제대로 않했더니 바로 몸이 반응을 보입니다. 일어나 다리를 좀 움직이니 바로 풀어져서 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습니다.
 
커피로 아침 식사 마무리를 하며 체력을 RESET시켜야하는데. ...일행들은 별로 관심을 표하지 않고 그냥 일어섭니다. 그들을 먼저 보내고 조금 걷다가 저만의 의식을 거행합니다. 바람을 피할 수 있는 바위를 찾고 자리를 잡아 쌉쌉한 커피와 달달한 모찌로 두번 째 아침 식사를 하니 입꼬리가 절로 올라가는 것이 행복하다는 뜻입니다. 지나가는 대장과 조인하여 앞서거니 뒷서거니 그렇게 또 걷습니다.
 

 
[700봉]
 

 
[삼강봉, 845M]
하늘에서삼강봉에 빗방울이 떨어지면 세 방향으로 갈라져 흐른다. 하나는 남동의 울산 쪽으로 가서 태화강이 되고, 하나는 동북의 경주 · 포항 쪽으로 흘러 형산강에, 마지막은 서북쪽 산내 · 밀양 방향으로 흘러 낙동강에 이르게 된다. 
 

 
삼강봉은 낙동정맥과 호미기맥(~포항호미곶)의 분기점이기도 합니다.
 

 
등산화가 서릿발을 차고 간 흔적
 

 
[백운산, 893M]
ㅅㅌ님이 본인은 먹지도 않고 봉지 채 건네준 씨알 굵은 포도, 샤인머스켓은 청량하고 피곤을 씻어 주고도 남았습니다. 족히 500G은 넘을 텐데.. 여기가지 지고 오다니.. 지면을 빌어 감사인사, 꾸벅~~
 

 
[운지버섯] CORSAGE 버섯
 
너무 힘들다는 소호령에서 고헌산 오름 구간.. 마지막 병기를 꺼내고, 포카리스웨트, 단백질바와 같이 먹습니다. RESET2입니다.
 

 
 

 
앞 봉우리 너머에 백운산이 있습니다.
 
 

 
고헌산 정상까지 2KM, 쉬지않고 거북이처럼 뚜벅 뚜벅 한걸음, 한걸음 내딛습니다. 0.5KM 오르는데 15분씩 소요됩니다.  전술과 전략을 자~알 세운 탓에 큰 어려움 없이 오릅니다. 바닥에 잔 돌과 마사토 그런 것들 때문에 미끄럽습니다.
 

 

 
뒤에 오던 대장님이 (고운산을 지칭) 얼마나 고운지 함 가봐야하는데~~ 하네요. 산불감시초소 직전에 있던 바위더미에 고헌산-동봉 정상석이 있다는데 그냥 스쳐지났습니다.
 


정상에서 대장님이 고이 싸온 라지사이즈 캔맥주를 마시면서 툭 터진 사위를 돌아봅니다. 바람은 진즉 잠잠해진 터라 따뜻한 햇볕에 광합성을 하면서~~ 나는 행복합니다를 읖조려봅니다.

 
[고헌산/1,034M]
여기서 올려다보니 고헌산 돌탑이 꼭 종모습 닮았습니다. 오른쪽에 두 분의 모습이 재미있습니다. 여산우인 듯한 한 분은 일행을 찍어주는 듯하고, 다른 분은 쎌카를 하고 있는 거지요?
 

 
고헌선 서봉으로 가는 길
 
 
[고헌산 서봉/1,035M] 한문 글자체가 멋있습니다.
 

 
돌탑을 쌓고 제를 지내는 의미로 귤을 올려놓았을까요? 갈증이 나서 먹고 싶었는데 산신령이 노할까봐 간신히 참았습니다.
 

 
외항재까지는 3KM
 

 
돌탑
 

 
[외항재] 날머리까지 약 400M를 한시간 남짓 치고 내려왔으니 무릎이 뻐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