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령~한계령삼거리~귀떼기청~1408봉~대승령~대승폭포~장수대(13km/7시간15분)
○ 야생화들 : 없음
○ 특이사항 :
- 2011.7. 산행후 12년만에 다녀온 서북능선. 바람 3~4m로 체감온도 -10도. 설악산 대청봉의 그것과 비교하면 아주 얌전한 바람덕에 그나마 덜 힘든 종주산행이였다.
- 하행 홍천강 휴게소, 1호차에 탄 대간 및 정맥팀원들이 각자 싸온 아침꺼리와 시산제로 대장이 가져온 머리고기로 든든하게 배를 채운다.
간밤 도상으로 거리와 시간을 안배, 한계령삼거리까지 1.5h, 서북능선구간 4h, 장수대 하산 1.5h 총 7시간여 걸릴 것을 예상, 첫 체크포인트인 한계령삼거리까지 2.3km, 1시간20분(11:10) 소요, 대승령까지 7.6km남았다.
양희은의 '한계령'를 음미할 여유도 없이 고도를 올리니 산은 상고대를 선물한다.
*가수가 청년, 장년에 부른 다른 버전을 다시 들어보니
전자는 맑고 곱게 긴 호흡의 악보대로 또박또박 부른, 수채화 속 봄의 한계령을 보여주고,
후자는 온갖 사연에 회한이 가득 담긴, 바람에 눈발이 휘날리는 한겨울의 그것을 노래하는 듯 ...
귀떼기청까지의 1.6km 구간. 미시령, 진부령 구간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너덜은 매번 쉽지 않다.
중간에 박혀 있는 pole이 없었다면 짙은 안개 속 어디로 가야하는 지 해매기 딱 좋다.
ㅁㅇㅇㅇ님께서 낮은 관목은 거의 털진달래라고 가르쳐 주신다. 산방기간이 끝나는 5월 중순 공룡에서 만나길 기대한다.
[귀떼기청봉, 1578m]
설악산 봉우리 가운데 자신이 가장 높다고 우쭐대다가 대청(1,708m), 중청(1,665m), 소청(1,581m) 삼형제에게 귀싸대기를 맞아서라는 설과, 귀가 떨어져나갈 정도로 바람이 심하게 부는 곳에서 비롯되었다는 설도 있다.
예보에 따르면 4m/s, 한 겨울 대청에서 부는 바람, 기어서 중청 산청까지 간신히 내려왔던 것을 떠올리면 아주 순한 양과도 같은 세기이다.
아이젠이 없는 ㅇㅍㅇ님은 한계령으로 빽하는 용단을 내리고~~
[1,408봉] 1,500m 넘는 봉우리가 많은 설악산에서 무명봉이지만, 당당히 바람에 버티고 있다.
앞서 간 두명의 일행이 돌아나오고 지금까지의 소요시간을 계산, 하산 시간까지는 빠듯할 것 같아 되돌아가는 게 상책, 걸음을 돌려 나온다. 잠시 후 같은 산악회원이 '지금까지가 힘든 구간이지 앞으로는 속도가 붙을 것이라서 시간이 부족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하니 귀가 얇은 우리 2명, 그러면~~ 다시 가보자고... 대승령으로
이제 힘든 너덜도 끝났지만, 오랫만에 가는 코스라 조바심으로, 우리 일행은 앉지도 못하고 서서 커피에 샌드위치, 쑥떡을 허겁지겁 먹어치우고 가열차게 다시 걷기 시작한다. 따뜻한 커피때문인지 배가 두둑해서인지 속도가 나기 시작하고..
간간히 구름이 걷히면 장쾌한 남설악의 얼굴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
상고대(霜高帶)는 서리가 나무나 풀 따위에 들러붙은 것으로, 수방(樹氷)이라고도 한다.
[구상나무]
멀리 왼쪽으로 희미하게 가리산, 주억봉이 보인다.
멀리 희미하게 마루금이 ~~
나무들이 15정도는 기울어 보이고
살아서 천년 죽어서도 천년을 산다는 주목
주목 안(內)은 바람을 피할 정도로 크고 아늑하다. 옆쪽 터진 부분에서 바람이 좀 불기는 하지만..
제대로 남설악이 보인다.
온갖 풍랑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나무들, 제대로 곧게 자란 나무를 찾아 볼 수 없다.
동서남북 여기 저기 갈라진 주목
대승령까지는 1.8km 45분소요, 발걸음을 더욱 재촉하게 되고~
얽히고 설킨 두 나무..
반대 방향에서 본 두 나무..
[고생과 환희의 교차점, 대승령/1,210m] 고개임에도 천미터가 넘는다. 드디어 고생 끝.
목표 시각인 4시가 않되어 도착, 안도의 숨이 절로 나오고.. 날도 개이고..
안내도(대승령~장수대, 2.7km, 2시간)에 따르면 처음 0.7km는 경사도 20%(40분)이고, 남은 구간 2km는 1시간 20분소요
대승령부터 장수대 구간엔 설악산을 다녀간 옛 문인들의 좋은 싯구를 담은 기념비가 여러 개 세워져 있다.
조인영은
..설악은 영험하고 지혜로움을 주고, 가슴속 생각 끝없이 황홀해지게.. 한다고 노래하고 있다.
남교리는 왼쪽으로 내려가면 되고, 우리에게 2.7km가 남았습니다.
상고대, Gone with the wind
김창협 시인은, 폐허가 된 대승암에서 하루를 묵으며
...청솔모가 인기척에 달아나고 흰 구름이 다가오고 홈통에서 받은 차가운 샘물에 차를 띄워 마신다고..
0.9km 내려오는데 20분 소요.. 안내 시간이 좀 과장된 듯..
자작나무?
산벗나무?
5인용 식탁, 음식을 나누어 먹는 모습을 상상~
언제 눈이 왔고 상고대가 피었냐는 듯 완연한 가을색..
뱀이 또아리를 튼 듯, 아름다운 무늬 수피를 자랑하는 소나무
옆으로 가지런히 다리를 모아 앉은 여인의 모습, 찌릿찌릿 쥐가 날 것 같기도하고
대승폭포
남설악이 제대로 보인다.
ㅁㅇㅇㅇ님과 함께 내려온 한 산우님이 '주억봉코스가 상당히 힘들다'고 하니, 기린초는 갈 수 있을 것이라고..
한번 도전해 볼까?
황산의 소나무 같이, 역광에 자태를 보여주는
암릉이기에는 부드러운 나무결을 보는 듯하다. 점점이 박혀 있는 소나무...
등산객은 아닌 가벼운 차림의 여성분, 유심히 글을 읽고 있다.
이유원은 설악은 어떻게 묘사하고 있을까? 나도 읽어 내려간다.
..진귀한 구슬을 품은 것처럼 맑게 흐르는 천겁의 신기함, 비단 옷처럼 찬란하게 빛나는 만겹의 주름..
무사히 산행을 마치고도 20여분 시간의 여유가 주어졌으니, 가져온 음식을 남김없이 먹어 치운다.
사당역에 도착해서 '먹걸리학교'에서 뒷풀이, 전국 막걸리 맛을 꿰고 있는 일행 덕분에 그 귀하다는 '금정산 누룩 막걸리'를 마시며 오늘 대단원의 종주 산행을 마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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