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다.
곱게 화장하고 盛裝한다.
따뜻한 양지녘 카우치에 눕는다.
평화롭고 고요하며 가볍다.
오늘은 생의 마지막 날.
옆방엔 친구가 있다.
외롭지않다.
다음날
카우치에 딸이 눕는다.
전쟁은 끝났지만 헛헛하다.
director : Pedro Almodovar
cast : Tilda Swinton, Julianne Moore
where & when : 영화공간주안, '24.11.21 16:25~
10대에 낳은 딸과 인연을 끊은 지 오래. 종군기자인 마사는 전장터에서, 그리고 전쟁하 듯 살고 떠난다. 부음을 듣고 판박이 딸 미쉘이 찾아온다. 그녀의 침대에서 자도 되냐고 묻는다. 당연하지 네 엄마의 집인데..잉그리드의 내레이션, The house is filled with you를 듣는 순간, 눈가가 뜨거워진다.
묵은 실타래는 풀렸지만 더 이상 세상에 엄마는 없다.
'작은 키로 입대할 수 없는 남자가 있다.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키를 키우려한다. 그래도 거듭 신검에서 떨어진다.
입대는 포기하고 결혼도 하고 몇년이 훌쩍 지난 어는 날, 키가 커 있더란다.'
왜 절실한 것은 필요한 순간에 부재하고 필요치않은 순간에 존재하는가? 삶의 아이러니..
죽음을 거스를 수 없는 마사.
전장터를 취재했던 번다한 마음으로 날리는 눈발을 쳐다본다.
옆방에서 임종을 바라봐 줄 친구 잉그리드와..
미쉘 앞에도 눈은 내린다. 평화롭지만 헛헛한 눈이다. 엄마의 죽음과 맞바꾼 평화..
The snow falling faintly through the universe and faintly falling, like the descent of their last end, upon all the living and the dead.. (James Joyce's "The Dead")
시한부를 산다면..
원하는 순간에 외롭지않게 그리고 고통없이 평화롭게 죽을 수 있다면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가야할 때를 선택하는, 죽음을 받아들이는 순간. 틸다 스윈튼은 생사의 기로에서 인간은 어떻게 품위있게 그들의 존엄성을 지키는지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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